호작질

1박2일'캐릭터’의 힘 [퍼온 글 출처 : http://manimo.tistory.com]

paparino 2009. 8. 19. 10:47

지난 주, 글로벌 특집 <외국인들과 떠나는 12>편이 또 한번의 화제를 뿌리며 성공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늘 그렇지만, 같은 재료로 새로운 맛을 창출하는 ‘12을 볼 때면 웃음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떠나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그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하며 시청자에게 파고들 줄 아는 제작진과 눈빛만으로도 패스의 길을 읽을 줄 아는 영민한 여섯 명의 출연진들이 빚는 조화가 그 바탕에 있음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여기서, 출연진들에게 포커스를 맞춰 본다.


 

요즘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허당 이승기와 초딩같지 않은 센스만점의 은초딩 은지원이 축구로 따지면 12일의 투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덜 움직이는 듯 보이나, 찬스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 결정력을 갖췄다. 토크든 액션이든 뭐든지 길게 끄는 경향이 없다. 한마디로 원샷원킬의 전형.

 

다른 다섯명을 아우르는 맏형 강호동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볼 수 있다. 강호동의 리딩은 굉장히 공격적이다. 언제나 솔선수범하며 멤버들을 사지(?)로 몬다. 동생들을 이끄는 강력한 카리스마. 그리고 그 카리스마를 지우려, 스스로 망가지길 두려워 않고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절대 롱패스로 쉽게 가는 법이 없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짧게 짧게 패스를 나눠서 제작진과 맞선다. 특히나 3선의 이수근 MC몽의 패스를 받아 포워드 이승기와 은지원에게까지 배달하는 폭넓은 시야는 그가 왜 유재석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MC로 불리는 지 보여준다. 

 

앞잡이 이수근과 야생몽키 MC몽은 12일의 든든한 수비수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구석구석 빈곳을 찾아 굉장히 열심히 뛴다. 특히나 강호동이 원하는 패스를 줄 수 있는 멤버들이다. 은지원이승기는 언제나 골문을 향하는 공격본능이 강해, 후방의 뒷처리는 생각치 않는다. 강호동조차 예상 못할 리액션으로 당황시킨다. 그러나 이수근 MC몽은 강호동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미드필더 강호동이 원하는 패스를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어줄 수 있는 멤버가 그들이다. 화면상 밋밋하게 갈 수 있는 부분을 허락하지 않는 강호동에게 앞잡이 이수근이 앞장서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MC몽 또한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에선 절대 약한 리액션을 하는 법이 없다. 때때로 지나칠 정도로 오버를 한다며 시청자에게 욕을 먹는 것도 이 두 사람이지만, 강호동의 든든한 후원자가 바로 이수근 MC몽이다.

 

그리고 김C.

언뜻보면 무색무취. 외모와 달리 가장 평범한 남자가 바로 김C. 평범하기 때문에 오히려 12일내에서 바보취급을 받곤 한다. 그러나 김C의 존재는 12일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보통남자 김C를 중심으로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가 빛나는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설거지 마다하지 않으며, 캐릭터의 중심에 그가 있다.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는 멀쩡한 김C를 통해 반사되고 투영된다.


 

C는 언제나 정도를 걷는다. 모든 상황에 있어 시청자들의 상식선에서 접근한다. 일부러 정답을 피해간다거나, 게임에서 지기 위해 덤비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한 리액션으로 오버를 하지도 않는다. 모든 상황에 있어 그가 밑반찬을 깔아주기 때문에 반전의 묘미도 사는 것이다. 멀쩡한 김C가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이 특별하게 보인다. 출연진 모두가 웃음에 치우치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으나, C가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거친 풍랑속에서도 등대를 향해 갈 수 있는 것이다. 12일 내에 저평가된 우량주가 김C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리얼버라이어티가 그러하지만, 캐릭터가 설정될 때는 절대 오버스럽게 무리하면 곤란하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색깔에서 연하게 덧칠해야 부자연스러움이 벗겨진다. 사생활은 논외로 치되, 이 프로그램에선 이러하고, 다른 프로그램에선 저러하면 시청자는 헷갈리고, 결국 가식이라는 색안경으로 출연진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12일의 성공비결 중에 하나는 바로 캐릭터의 설정에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출연자가 한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TV에서 보던 그 사람이 12일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에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12일과 같은 팀웍을 대한민국 축구팀이 보여줄 수 있다면, 월드컵 4강 신화도 다시금 꿈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